지난주 울산에서 병원 직원들을 청중으로 <탁월함>에 대해 강의했다. 주제를 탁월함으로 잡은 이유는 명백하다.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탁월함을 위해 노력하자! 결국 자기계발을 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런데 강의를 준비하면서 웬지 모르는 껄끄러움을 느끼면서 몇 가지 고민을 했다.
자기계발에 대해 너무나도 많은 메시지를 받고 있는 직원들에게 어떤 내용으로 탁월함에 대해 말해야 할까? 자기계발은 더이상 신선하지도 않고 모르는 주제도 아닌데 말이다. 마치 매일 먹는 밥과 반찬을 다시 내놓으면서 맛있게 먹으라는 요구가 아닐까?
자기계발은 우리 사회에서 '주의(이즘)'가 되었다. 재능과 자질을 계발한다는 취지에는 그 누구도 반대하기 어렵다. 이제는 누구나 자기계발을 말한다. 자기계발을 권하는 조직, 자기계발을 권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인간에게는 무한한 능력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한 능력이 있다. 그 누구라도 자신이 타고난 능력을 더욱 계발하고, 더욱 큰 성취를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이 자기계발이 일종의 의무로 격상된 것이 문제다. 이 점은 자기계발이 하나의 유행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서점에 들러보라. 자기계발, 동기부여, 성공에 대한 책은 선택이 어려울 정도로 많다. 거의 모든 교육기관에서 자기계발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나는 탁월함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탁월한 존재라는 어려운 말을 할 필요도 없이 보다 더 잘할 수 있도록 비전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삶의 주인으로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높은 꿈을 목표로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자기계발이 하나의 주의가 되면, 전도가 일어난다. 계발은 끝이 없이 따라가야 하는 명령처럼 된다. 기업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직장인들은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어학실력을 키우고 자격증을 얻기 위해 공부한다. 종종 기업에서 제공하는 리더십 교육이나 자기경영교육도 거든다. 과도할 정도로 많은 시간이 자기계발을 위해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정상적인가? 결국 무엇을 위한 것인가?
차분하게 생각해 봤다. 현대와 같은 조직 사회 이전의 시대처럼 자기계발은 수양이나 자아 완성에 목표가 있지는 않다. 덕이나 인격함양도 아니다. 조직인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자기계발은 경쟁과 승리를 위한 것이다.
기업의 요구는 납득할 수 있다. 오늘날의 기업이 발 딛고 있는 토대는 흔들의자 혹은 그네와 같다. 안정적 지위나 지속적 성장이라는 것은 기업에게는 꿈이다. 기술변화와 지식융합은 기업의 안정성을 토대부터 흔들고 있다. 따라서 혁신을 통한 변화는 영구적인 전략이다. 당연히 구성원들은 변화를 주도하거나 혹은 따라갈 정도로 능력을 계발해야 한다. 이것이 기업이 바라보는 자기계발의 목적이다. " 더 잘해야 된다. 못하면 나가야지..."
이 압박이 고스란히 사람에게 전달된다. 자기계발은 타율적 계발이 된 것이다.
자기계발은 하나의 패러독스다. 자율과 타율, 자기지향과 조직지향의 패러독스다. 이 패러독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자기계발을 무조건적인 의무로 여길 정도로 그 가치를 믿어 온 필자는 최근 들어 이 생각을 많이 한다. 자기계발은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주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 누구도 압박을 자신의 정신공간에 무한대로 받아 들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숨도 쉬어야 하고 긴장했으면 이완도 필요로 한다. 또한 경쟁과 승리는 지속적인 노력을 이끌어 낼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이 경쟁을 즐기지는 않으며 모든 사람이 이길 수도 없다. 그럼에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매일매일 자신의 부족함을 상기하면서 자신을 계발해야 하는가?
매앨 매일 고객을 생각하면서 땀에 젖어 일어난다는 CEO의 고백(고객이 언제 자신을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뜻함)은 정상인의 말이 아니다. 소수의 성취지향형 사람에게 적합한 가치와 윤리를 모든 사람에게 주장하는 것은 비도덕적인 것 아닌가? 이런 생각도 하고 있다.
자기계발에 담긴 본래의 뜻은 경쟁과 승리와는 무관했다. 자기계발의 종착점은 자신의 잠재성을 발현하는 것이고, 순수한 의미에서 자기만족을 달성하고, 동시에 세계를 위한 공헌을 하는 것에 있다. 많지 않은 탁월한 인물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소크라테스, 미켈란젤로, 마하트마 간디, 찰스 다윈, 마가렛 미드, 윈스톤 처칠, 마더 테레사, 임마누엘 칸트,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 한나 아렌트... 인류사에 위대한 공헌을 남긴 사람들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럼에도 자신에 대해 가장 엄격한 윤리를 요구한 사람들이다.
탁월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 본래의 뜻을 재발견해야 한다. 현대와 같이 성장과 성취를 최고의 가치로 인정하는 사회에서, 그리고 이 과정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는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자기계발은 스스로의 선택이어야 한다. 자기애나 이기심이 아니라 인간 존재로서 자신의 잠재력을 높이고 싶다는 향상의 본능과 세상에 의미 있는 공헌을 남기고 싶다는 이타적 본능이 자기계발을 이끌어야 한다.
이제 자기계발은 그만 하자. 조급함이나 뒤쳐짐에 대한 두려움으로 공부하지 말자. 조금 더 많은 보상과 조금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일은 그만두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자르는 일은 그만두자. 압박감과 경쟁심이 유도하는 자기계발은 지속될 수 없다.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는 능력을 끄집어내서, 이웃과 세상을 위해 조금이라도 좋은 변화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자신을 규율하는 것에 관심을 두자. 벤자민 프랭클린은 젊은 시절에 다른 사람에게 사기도 당하고 실패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13가지 덕목을 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평생 그 덕목을 실천하면서 자신을 규율했다. 이런 삶의 과정에서 프랭클린은 배우지 못한 인쇄공에서 미국 독립을 이끈 지도자, 외교관, 발명가, 도서관 설립자로 삶을 채워 나갔다. 자기계발은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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