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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탁월함을 위한 도구_책과 글

역사를 생각하는 눈

by 문정엽/드러커연구가 2016.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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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생각하는 눈


2016.11.2


https://pixabay.com


역사는 한 손으로 움켜쥘 수 있는 어떤 형상이 아니다. 마치 광물이 묻혀 있는 땅과 비슷하다. 인간이 살아온 삶과 그 안에 담긴 빛과 어둠이 있으며 가공하기 따라서 다른 가치를 발한다.


나는 역사를 깊게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점점 더 역사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현재의 문제를 고민하면서 역사적 맥락을 찾게 되고 특히 미래를 그려볼 때는 시간의 범위를 넓혀서 생각해야 겠다는 절박함을 느낀다. 


자연히, 어떠한 눈으로 역사를 들여다 봐야 하는지를 고민했고, 계속 고민한다. 단지 사실을 확인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역사가 전해 주는 지혜를 얻고 싶다.       



역사로부터 배워야 한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의미와 가치에 대한 많은 질문을 한다. 의미와 가치 추구는 인간의 본성이자 고유한 능력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질문들에는 정답이 없다 혹은 여러가지 답이 얽혀 있다. 가령 무엇이 인간에게 가장 아름다운 삶인가라는 질문에 딱 맞는 답은 없다.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답변이 가능하다. 또는 사회를 구성하는 원리이자 지배가치로서 민주주의는 어떠한 것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어떠한가? 이 질문의 답변을 추상적인 원칙 몇 가지나 법률규정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역사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생각의 갈래를 준다. 과거의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으며, 그 생각이 어떠한 행동으로 나타났으며, 실제로 일어난 세계를 보여 준다. 단, 정답을 주지는 못한다. 역사의 주인은 항상 바뀌고 오늘날의 문제는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답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역사를 모르는 채로 질문에 답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요점은 인간으로서 삶의 목적과 가치, 인간사이의 관계, 인간이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다. 역사에 대한 지식 없이 답변한다면 그 답변은 파편이고 부분이고 편협한 것이다. 역사에는 인간으로서 겪은 경험이 가장 넓고 깊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 역사는 인간으로서 현재를 제대로 살기 위해 당연히 제기하는 질문의 답을 찾는 실마리를 준다. 잘 알려진 역사학자인 E.H 카 (E‧ H Carr, 1892~1982)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대화"라고 말했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또한 역사학자인 오항녕은 "역사공부는 인간의 경험과 흔적 또는 그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라고 말했다.(이항녕, 2016) 


당나라 역사학자인 유지기는 역사학도의 3가지 덕목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역사공부의 가치를 분명하게 전해준다 


<역사학도의 3가지 덕목>

才 역사공부에 재미를 느끼는 것

學 이것저것 찾아보고 탐구하는 것

識 사태를 이해하는 식견



역사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역사를 들여다 보는 시점)


역사는 인간의 경험이다. 무엇이 경험을 기록하게 만들었지는 모르겠으나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은 자신이 겪은 일과 생각을 기록했다. 기록의 시작은 문자의 발명이다. 알려진 바로는 고대 수메르인의 쐐기문자가 가장 오래된 문자라고 하며, 기원전 3300년에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경험은 문자로 기록되고, 전승이 가능하게 되었다.


역사는 경험의 기록이다. 경험은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역사란 특정한 시기에 살았던 인류가 겪었던 특정한 사건을 기록한 것이다. 혹은 사건의 흐름을 기록한 것이다. 따라서 탄광을 채굴할 때 시추할 지점과 방향이 필요한 것처럼, 역사를 들여다 볼때는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오항녕은 사건에는 구조, 의지, 우연이 있다고 말했는데, 매우 적확한 표현이다. (오항녕, 2016) 

구조: 객관적 조건

의지: 인간이 자신의 사상과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는 힘

우연: 서로 목적이 다른 두 개 이상의 행위(사실)가 만나거나, 서로 목적이 같은 두 개 이상의 행위(사실)이 만나지 못하는 것.


*조선시대 광해군의 통치를 이해하려면 광해군이 가진 인격만이 아니라 조선 중기 정치, 사회구조,  당파의 대립, 당시의 중요하고 특별한 사건을 함께 이해해야 한다.


역사는 사건이다. 사건이 성립한 조건을 이해하고 조건 속에서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고, 사건의 흐름과 결과를 만드는 특별한 사정을 이해하게 되면 비로소 그 사건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은 삶의 필수적 구성요소인 인간을 둘러싼 조건과 인간의 의지가 지향하는 행동이 특별한 사정과 조응하면서 만들어지는 이야기이다.



역사라고 말할 수 있는 영역은 무엇인가?

(어떤 역사에 관심을 기울이는가)


역사는 총체적인 삶의 기록으로서 매우 광범위하다. 가장 넓게 정의하자면 한 개인의 삶에 대한 기록도 역사다. 학교에서 배우는 국사만이 역사는 아니다. 사실 국민국가가 만들어 진 것은 300년도 채 안 된다. 국사를 공부했다고 해서 인간의 역사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개인사, 지역사, 국사, 대륙사, 세계사 등 역사의 영역은 인간이 경험한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든 과거의 기록이 역사는 아니다. 모든 기록이 역사로서 자료가 되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에게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기록이 역사로서 가치가 있다. 즉, 역사는 시대성을 담고 있는 인간에 관한 이야기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역사성이 있는 이야기가 역사로서 공부할 가치가 있다. 특히 나는 현재를 만들어 온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를 만들어 온 주의나 이념, 사회와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체계와 구조, 양식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나는 민주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 자연권과 인권에 대해 관심이 많다. 물론 인간의 보편성을 알려 주는 이야기는 시대와 상관 없이 역사의 영역으로서 영구적인 가치가 있다.  



역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역사를 이해하는 일은 읽기에서 출발된다. 역사는 시대성을 담은 인간의 이야기이다. 따라서 있는 그대로 먼저 이해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어떤 사건이 벌어졌는가? 왜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가? 사건을 야기한 구조는 어떤 것이었고, 인간의 선택과 행동은 무엇이었는가? 특별한 계기나 사정은 무엇이었는가? 


다음은 사건에 대해 판단 혹은 해석이다. 이 사건이 담고 있는 의미 혹은 가치를 오늘의 시점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서 논쟁이 발생한다. 


역사는 사건에 관한 기록인대, 해석은 주관적 영역이다. 주관적 관점에 의한 판단이 역사를 제대로 이해한 것인가? 


해석이 주관적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그러나 이로 인해 해석의 가치가 없어질 수는 없다. 사실(물론 오류나 왜곡된 기록은 있을 수 있다)에 대한 판단, 곧 해석이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술한 것처럼 역사 이해는 자연 법칙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세계에 대한 지혜를 발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에서 객관(기록)과 주관(해석)은 대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당한 해석, 올바른 해석이 중요한 것이다.


해석은 역사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한 시대의 특징을 드러내 주는 중요한 무엇을 발견하고, 이것을 오늘날의 인간을 위한 메시지로 발굴하는 것이다. 역사학자의 편협한 관심이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어떤 교훈을 주는 이야기를 발굴하는 것이다. 나는 발굴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해석은 해석하는 사람의 정신작용이지만 철저하게 사실로부터 끌어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이 점에서 고고학자와 역사학자는 유사하다.


역사의 출발점은 사실이고, 역사의 종착점은 해석이다. 이 중간에는 역사를 들여다보는 사람의 관심과 공부가 있다.


역사학자 김현식) (김현식, 2006)

"역사학은 사실의 비결정성, 텍스트의 다의성, 해석의 무한성에 기초한 열린 우주

역사이야기는 사실과 추론을 합친 것"



역사공부를 할 때 주의할 점


역사는 사실을 기록한 것이지만, 지금 역사로 알고 있는 모든 기록이 역사는 아니다. 사실이 아닌 것, 혹은 사실인지가 불분명한 기록을 말한다. 기록이 인간의 창작품인 이상은 이것은 피할 수 없다. 기록자로 인한 착각, 망각, 오해, 생략, 왜곡 등 의도적이든 의도가 없든 다양한 이유로  잘못된 기록이나 충분하지 못한 기록이 있다.  또한 사실은 진공상태에 있지 않다. 역사가 기록하는 사실은 기록자 혹은 기록을 남기려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얼마든지 뒤틀린 사실을 기록할 수 있다. 


*영국 빅토리아여왕 시대는 영국인에게는 자랑스러운 번영의 시대이지만, 아프리카인들에게는 식민지 침탈을 당한 치욕의 역사다.  


따라서 역사을 공부할 때는 기록의 한계를 알고 있어야 한다. 즉 역사이해는 구멍이 뚫린 사실을 탐구하는 행위라고 생각해야 한다. 완벽하지는 않은 기록을 공부하면서 생략, 오류, 왜곡이라는 함정을 뚫고 가능한 가깝게 사실을 탐구해야 한다.


<인간 기억의 한계>

*망각: 소멸, 정신나감, 막힘

*왜곡: 잘못된 귀속, 암시 당하기, 뒤틀림, 지속

 

<기록의 왜곡>

*지배계급에 의한 일방적 왜곡

*편향적 관점에 의한 서술

*의도적인 사실 누락

*특정 사관의 문제 



겸손함과 망설임, 그럼에도 역사에 담겨 있는 지혜를 발견하려는 문제의식이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의 마인드가 아닐까 생각한다. 

 


참고도서)


오항녕 저 호모 히스토리쿠스 : 지금 여기를 위한 역사 공부, 개마고원, 2016

김현식 저, 포스트 모던 시대의 역사란 무엇인가 : E.H. 카와 역사의 벗에게 띄우는 15통의 편지, 휴머니스트, 2006,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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