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CKER WEEKLY
피터 드러커로 경영과 세상 읽기
001/ 2017
경영은 인문예술이다
DRUCKER WEEKLY 001_2017_경영은 인문예술이다.pdf
경영은 지식, 자기인식, 지혜 그리고 리더십의 원리를 다룬다는 점에서 ‘liberal’(자유로운 사고) 이며 이 원리를 실천하고 적용한다는 점에서 ‘art’(과학이 아니라 기예)이다. 경영자는 심리학, 철학, 경제학, 역사학, 물리학은 물론 윤리학에 이르기까지 인문과학과 사회과학에 대한 지식과 통찰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 다시 말해 지식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아픈 환자를 치료하고, 학생을 가르치고, 다리를 건설하고, ‘사용자 친화적인’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판매해야 한다.
(피터 드러커, 매니지먼트, 개정판/ Management, Revised Edition)
2017년 정유년이 밝았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새로운 해(YEAR)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인간의 삶에서 과거와 현재를 구분해주고, 마음을 새롭게 만드는 형식으로서 분명히 있기도 합니다. 올 한 해가 진정으로 새로운 삶과 경험으로 채워지기를 소망합니다.
새로운 해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경영에 대해 생각합니다. 경영자에게 경영이란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경영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에 대해서 말이죠. 매출액, 이익, 비용, 흑자 또는 적자라는 익숙한 용어를 벗어나서 ‘경영한다’라는 말이 던지는 의미, 지금 마음 속에 있는 믿음을 따져 보는 것입니다. 이 질문에 대답을 분명히 할 때, 경영을 통해 성취하고 싶은 그 무엇에 진정한 열정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터 드러커는 경영은 인문예술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생각의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인문예술이 지향하는 것
인문예술은 인간의 발전을 지향하는 지식과 학문, 즉 인문학을 뜻합니다.
인문학은 흔히 문·사·철(文, 史, 哲)로 지칭됩니다. 문학과 역사, 철학에서 탐구하는 인간성(인간다움), 가치(혹은 도덕), 문화가 인문학의 주요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주제를 인문학이 탐구하게 된 뿌리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로 거슬러갑니다. 라틴어인 아르테스 리베랄레스(artes liberales 영어: liberal arts)로 불렸던 7가지 교양과목(문법, 수사, 논리, 산술, 기하, 음악, 천문)은 자유로운 시민이 갖춰야 하는 필수 교양이었습니다. 이후 인문학은 자유로운 개인으로서의 인격함양과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함양하는 모든 지식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로마의 현자였던 키케로는 인문학 교육은 사회를 이끌어갈 시민을 배양해야 하며, 문화적 가치와 도덕이 담긴 고전을 익혀 공동의 행동기준을 잘 알고 존중하는 시민을 길러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즉, 인문예술은 개인이 사회 속에서 자격 있는 한 사람으로서 배워야 하고, 책임을 지고 공헌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지식이었습니다.
이러한 인문학은 시대의 변천을 겪었습니다. 종교가 지배했던 중세에는 종교에 밀려 뒤 켠에 있었지만 그런대로 전통을 유지하다가 르네상스를 맞아 폭 넓게 확산됩니다. 개인의 이성에 대한 믿음이 확산되면서 인본주의를 강조하게 됩니다. 그러나 근세로 오면서 점차 자연과학과 실용적 지식에 밀려나게 됩니다. 인간성에 대한 고민은 풍요로운 물질 문명에 대한 이상 앞에서 밀려났습니다. 경제적 이익과 효용성이 사회를 지배하는 가치가 되었고 인간다움과 보편적인 가치는 세상사에 초연한 철학자의 서재로 밀려난 것이죠. 그러나 인간이 인간다움에 대한 관심을 버릴 수 는 없습니다. 경제적 효용과 과학기술 만능주의에 따른 반성과 함께 인문학의 이상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인간다움을 잃어버린 지식과 기술이 만들어 내는 인간상과 사회에 대한 반성이 그 바탕에 있습니다. 또한 지식이 중심인 현대 사회에서 그 어떤 시대보다도 올바른 가치와 덕목을 실천하는 리더가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계발은 평생을 걸친 삶에서 완성된다는 점에서 가치와 덕목, 책임에 대해 탐구하는 인문학의 정신은 소중합니다.
경영은 인문예술이고, 인문예술이어야 한다
드러커가 경영을 인문예술이라고 말한 이유는 경영에는 인간의 계발, 인간 삶의 향상이라는 분명한 가치가 포함되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경영은 사람들이 일하는 조직이라는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실현됩니다. 따라서 경영은 존중감과 책임감, 신뢰에 기초한 협력을 바탕으로 합니다. 존중감과 책임감은 인간이 가치 있는 존재로서 자신을 인식하고, 최선의 공헌을 하도록 만들고, 협력은 최고의 성과를 만들도록 돕습니다. 드러커는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지위와 기능, 보람을 얻어야 한다는 것을 일찍부터 주장했습니다(기업의 개념, 1946). 조직에서 사람은 단지 노동과 임금의 대가를 교환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드러커는 사람들이 일을 통해 공헌하고, 일을 통해 성장하고, 결국 자신의 가치를 조직에서 실현하는 것이야 말로 경영의 책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간의 가치를 드러내고 바람직한 조직공동체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경영은 명확하게 인문예술인 것입니다.
또한 경영은 조직이 사회를 위해 바람직한 공헌을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공헌은 영리, 비영리조직을 포함해서 모든 조직의 본질적 사명입니다.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 조직을 만든 목적이자 조직이 사회에 필요한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경영은 단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행위가 아닙니다. 그래서 경영은 인간을 위한 가치와 바람직한 세상에 대한 비전을 반드시 품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한 가지 중요한 측면에서도 경영은 인문예술입니다. 인간의 향상은 다른 무엇보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자기인식에서 출발합니다. 이 가치는 그 사람이 홀로 독립해서 살든, 조직에서 살든 결코 그와 분리되지 않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온전한 삶의 전체에서 실현하는 것이지, 여기서는 이것, 저기서는 다른 어떤 가치를 위해 나눌 수가 없습니다. 일터에서는 오직 조직의 목적을 위해 자신의 가치와 상관없이 행동하고, 집에서는 착한 가장으로, 지역 사회에서는 양심적인 시민의 가치를 따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삶은 하나의 전체요, 단일한 배경을 가지고 있고, 경험의 총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무엇보다 경영을 수행하는 경영자는 인문학적 성찰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해야 합니다. 특히 경영자는 다른 사람을 리드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이 책임은 조직이 지향하는 목표를 통해 사람들에게 가치를 제안하고 그들의 공감을 얻을 때 비로소 수행됩니다. 만일 자신이 확신하는 가치가 없다면, 그리고 개인으로서의 가치가 조직의 가치와 최소한 정렬된 것이 아니라면 경영자는 사람들을 리드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신념과 유리된 그 무엇으로는 조직을 조직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조직의 핵심은 정체성이고 정체성은 왜 여기서 일을 하는가에 대한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경영은 처음부터 인문을 바탕으로 했다
아마도 이 지점에서 반론을 제기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을 운영하는 실무로서 경영은 돈을 버는 일이 본질이 아닌가? 그리고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책임은 기업의 소유권자인 주주의 부를 늘리는 것이 아닌가? 라는 반론입니다. 왜 경영자가 가치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가? 이 반론을 지지하는 가장 강력한 이론은 주주자본주의입니다. 저는 이 이론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재반론을 할 수도 있고, 이 이론이 대표적인 견해도 아니라는 사실과 함께, 논리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점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을 지적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 까 생각합니다. 지금 여기에서 이슈는 이론적 타당성이 아니라 경영자의 확신이고 경영자의 경영관이기 때문입니다. 왜 나는 경영을 하는가? 무엇을 경영을 통해 달성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답변입니다.
주주자본주의를 넓게 확신하는 미국의 사례를 들겠습니다. 경영이론의 산실이자 경영자를 양성하는 총아인 경영대학원(비즈니스스쿨)이 설립된 19세기 말에서 20세기초에 경영학이 인문학을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는 인식은 분명했습니다. 대학 산하 최초의 비즈니스스쿨인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 비즈니스스쿨(1881)은 미국 상류층 젊은이들이 ‘사회적 의식과 도덕적 인격’을 길러 기업에서 일하든 정부에서 일하든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교육시켜 주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고, 다트머스의 터크경영재무대학(1900)은 학생들에게 3+2과정, 즉 3년동안 인문학 과정을 수료한 다음에야 경영대학원에 등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1908년 설립된 하버드 비즈니스스쿨도 학생들에게 인문학 강좌 수강을 요구했습니다. 경영자 교육에 있어서 인문학의 이상과 인문학을 통한 인격함양이라는 목적이 분명하게 존재했던 것입니다. 물론 미국의 경영대학원은 이후 전문가로서의 윤리와 책임보다는 과학적 경영과 재무분석을 중시하게 되었고 오직 수익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영자라는 오늘날의 경영자상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리고 세계 경제를 미국의 대기업들이 이끌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2008년 금융 위기에서 드러난 탐욕적 자본주의는 결국 경영자의 몰가치와 비윤리적 태도가 키운 것이라는 반성은 진실을 말해줍니다. 철학과 가치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경영자가 현대 사회의 핵심기관인 기업을 지배할 때 어떤 일이 생길 수 있을지에 대한 강력한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경영자의 경영관이 결과를 만든다
사회와 세계를 만드는 데는 여러 사람들이 관여합니다. 과거에는 신탁을 받은 사람, 왕과 귀족, 교황 같은 종교지도자들이 그 역할을 맡았습니다. 오늘날은 많은 사람이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바탕으로 세계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유로운 사회, 민주적인 세계입니다. 그런데 단순한 사실 하나는 드러커가 지적한 대로 현대 사회는 조직사회라는 것입니다. 조직들의 몫과 책임이 그 어떤 시대보다도 중요한 사회입니다. 기업, 대학, 병원, 정부, 지자체, 비영리조직 등 현대 사회는 다양한 조직들에 의존합니다. 불과 2백여년 전에는 이런 조직이 없었습니다. 만일 이러 조직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인간은 단 하루도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조직에서 대부분의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공동체가 없어지는 것이고, 조직이 제공하는 상품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로서의 풍요로운 생활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실업과 공황이 얼마나 중대한 사회악인가를 생각해 보십시오. 따라서 조직이 제대로 운영되는 것은 현대 사회를 존속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건입니다.
조직의 중요성은 곧 경영의 중요성을 가리키고, 경영의 중요성은 경영자의 중요성 그 자체입니다. 경영자의 결정과 행동, 이를 통해 조직이 달성하는 성과는 그 조직 자체에는 말할 것도 없고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 조직이 제공하는 상품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주 소중합니다.
경영은 경영자가 추구하는 것 이상을 넘어 설 수 없습니다. 가끔씩 행운이라는 요소가 개입하기는 하지만 조직의 성과는 항상 경영자가 마음 속에서 꿈꾸고 기대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즉 경영자가 생각하는 목적과 목표, 조직이 봉사하는 고객, 조직이 지켜야 할 윤리와 경계선에 따라서 조직이 산출하는 결과가 만들어 집니다. 경영이 상업이라면 거래와 이윤이 중요할 것이고 경영이 혁신이라면 창의적 도전과 위험감수가 중요할 것입니다. 혹은 경영이 구성원들의 행복이라면 구성원에 대한 관심과 배려, 공동체 형성이 중요할 것입니다.
경영이 추구하는 모든 것에 대한 경영자의 믿음이 경영관이고 경영마인드입니다. 경영자의 경영관이 결정과 행동을 통해 실제로 드러나는 결과를 만듭니다. 무엇이 경영이 추구해야 하는 가장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최소한 경영이 조직에 관여하는 사람들과 사회에 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최소한의 한계선입니다. 이 위에 경영이 달성하는 가치에 대한 경영자의 성찰이 구체적인 내용을 만들 것 입니다. 드러커는 경영은 인문예술이라고 주장하면서 인간의 발전을 위한 지식과 지혜, 책임과 공헌을 강조했습니다. 이 말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면서 경영자로서의 풍요로운 삶에 대해 생각해 보기를 제안합니다.
Action point
경영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질문해 보자. 돈을 버는 기술, 지도하고 통제하는 것, 이해관계자를 잘 만족시키는 것…… 그 무엇이든지 경영자의 깊은 마음 속에 있는 지향점이 경영의 결과를 만들어 간다. 결국 ‘왜 경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Keyword: 경영, 경영자, 경영마인드, 인문예술로서의 경영, 경영자의 비전,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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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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