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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탁월함에 대한 생각

인간성취모델_가치, 강점, 영향력 + 기회

by 문정엽/드러커연구가 2017.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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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함은 보통 사람들과 비교 불가한 뛰어난 업적을 말한다. 탁월함은 어떻게 해서 가능한 것일까? 탁월한 성취를 남긴 인물들을 연구함으로써 어느 정도 의문을 푸는 해답에 근접할 수 있다. 바로 이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을 찾는 것이다. 위대한 인물들이 살아간 시대와 활동 분야, 각자의 강점과 재능은 달랐지만 뛰어난 업적을 창조한 인물들의 사고와 행동, 업적에 담겨 있는 공통점 말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이를 <인간 성취 모델>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탁월한 성취를 하게 되는 과정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겠다. 

나름대로 연구한 탁월한 인물들과 이들이 업적을 달성한 과정을 통해 인간 성취 모델을 다음과 같이 만들었다. 아직은 가설이다. 이 모델을 통해 보다 다양한 인물들의 성취를 분석함으로써 탁월함의 본질에 보다 가깝게 다가가는 틀로서 의미가 있다.  

인간 성취 모델은 다섯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가치, 강점, 영향력, 기회와 행운.

 

가치

 항상 시작점이 중요하다. 위대함은 가치에서 시작된다. 인간이 전 생애를 통해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답변이 가치다. 시대마다, 사람마다 가치는 다르다. 탁월한 인물들이 가슴속에 품은 가치도 각각 달랐다. 가치는 옭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자신을 헌신할 것인가의 문제다. 분명한 가치를 소유할 때 인간은 무엇인가를 창조할 수 있다. 창조물이 위대한 것이 될지, 평범한 것이 될지는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치겠지만, 분명한 가치가 없이는 탁월함을 위한 온전한 몰입은 불가능하다. 가치 없이는 그 어떠한 위대함도 창조할 수 없다.

 소크라테스는 진리에 헌신하는 삶을 가치로 삼았고, 간디는 인간이 서로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평화를 추구했다.  다윈은 당시 시대를 지배했던 비합리적인 종교적 신념을 극복하는 과학적 진리를 위해 평생을 바쳤다. 경영학을 만든 피터 드러커는 윤리적 리더십과 효과적인 경영에 기여하는 것을 가치로 선택했다.  

강점

 가치는 인간을 행동하게 한다. 즉, 가치를 실현하는 현실을 창조하도록 고취한다.  그러나 모든 가치가 성취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진정으로 탁월한 업적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탁월성에 도달한 위인들은 어떻게 해서 자신의 비전을 성취할 수 있었을까?  

 그 답은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는 것에 있다.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싱겁다고 느낄 수도 있는 결론이지만, 강점에 바탕을 둔 행동이야말로 탁월한 결과로 이끄는 핵심 요건이다. 인류사에 있어 탁월한 인물들을 설명하는 많은 책들이 이들이 업적을 성취한 비결로 열정을 말하지만, 필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탁월한 업적은 우선 위인들이 잘하는 일에 몰입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열정은 필요한 요소지만 이것이 탁월한 업적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역사를 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최고의 열정을 바쳤지만 평범한 결과에 머물렀거나 실패한 사람으로 차고 넘친다. 

그렇다면 강점을 인식하면 충분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강점이 진정한 탁월함을 창조하는 원료가 되려면  두 가지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공헌과 성취 방법에 대한 것이다.

  • 무엇에 공헌할 것인가?
  • 어떻게 성취할 것인가?

 공헌은 자신이 사는 세계에서 자신이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영역이다. "내가 이 세계에서 다른 사람을 위해 유용하고 의미 있는 결과로써 성취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이다. 그래서 공헌은 책임에서 출발한다. 탁월한 인물들은 삶의 의미와 가치로부터 자신에게 책임을 부과했다. 피터 드러커에게 이 책임은 경영연구에 헌신하는 것이었다. 드러커는 자신의 뛰어난 관찰력과 맥락을 종합하는 통찰력으로 경제학자가 될 수도 있었고, 어쩌면 뛰어난 정치학자가 될 수도 있었다. 실제로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명한 학자는 젊은 드러커가 경영을 연구한 것을 못마땅해하기도 했다. 그런데 드러커는 경영을 연구했다. 인간이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사회라는 자신의 가치는 조직이 제대로 성과를 달성하는 올바른 논리와 방법을 연구하는 '경영'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공헌이란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향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이어야 한다. 위대한 업적은 많은 사람이 행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어쩌면 탁월한 인물들은 자신이 이룩한 성취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고, 자신의 능력에 대해 완전한 만족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공헌의 본질은 나의 만족에 앞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삶을 살도록 돕는 것에 있다. 탁월한 성취일수록 그렇다. 문학, 예술, 과학, 경제, 경영 등 모든 분야에서의 탁월한 성취는 인간의 위대함을 드러내고 보다 좋은 세계를 만드는 뚜렷한 이정표가 된다. 

 공헌은 책임이다.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인식하게 되면 비로소 탁월성을 이해하게 된다. 책임은 욕망보다 강하다.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존재다. 그러나 욕망은 언제든 바뀔 수도 있고 지속적인 헌신을 이끌지는 못한다. 책임은 매우 높은 수준의 헌신과 몰입을 요구한다. 자신만의 화려한 삶을 위해 돈을 버는 것과 부를 통해 무엇인가에 기여한다는 책임의 강도는 다르다. 결정적으로 욕망은 자신을 향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성취할 것인가에 대한 답변은 탁월한 결과를 얻기 위한 행동과 과정에 대한 선택이다.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고,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일한다는 단순하고 명료한 규율이다. 같은 분야라고 해도 어떤 사람은 개인으로 일하고, 또 어떤 사람은 조직에서 일한다. 가치와 목표는 같지만 자신이 더욱 크게 성취할 수 있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탁월한 인물들은 '나는 어떻게 해서 성과를 올리는가'를 깊이 성찰했다.  

영향

 마지막으로 탁월함은 뚜렷한  영향을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 즉 탁월함이 다른 사람들과 세계를 위해 진정으로 무엇인가 도움이 되는 것을 남겼는가를 말한다. 선한 영향력은 탁월함의 본질이다.  

 이 영향력은 개인적 명예나 세상의 인정과는 거리가 멀다. 모든 탁월한 인물들은 진정으로 세상을 보다 좋게 변화시키는 것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쩌면 자신이 하는 일과 노력을 통해 진정한 변화를 남기는 것을 자신의 유산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인류에 철학을 열어 준 소크라테스는 '성찰하는 삶, 진리를 추구하는 삶"이라는 유산을 남겼다. 

찰스 다윈은 인간 존재의 기원과 특성, 세계의 기원과 법칙에 대한 탐구라는 유산을 남겼다. 

간디는 평화로운 세계는 스스로 용기를 내어 쟁취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유산을 남겼다.

피터 드러커는 경영은 조직을 움직이는 기관이자 자유로은 사회를 이끄는 핵심장치로서 경영자의 진지한 성찰과 책임을 통해 올바르게 실천해야 한다는 유산을 남겼다. 탁월함의 크기는 곧 영향력의 크기다.  

이처럼 가치는 삶에 방향을 제시하고 자신에 대한 성찰을 통해 가장 잘하는 일과 노력에 집중함으로써 세상에 의미 있는 결과를 산출한다는 위대함의 공식이 완성된 것 같다. 그러나,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다. 인간에게 부여된 삶의 조건이 있다. 인간의 삶과 성취는 특정한 조건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기회: 탁월한 성취를 가능하게 하는 삶의 조건

 그 어떤 위대한 인물이라고 해도 진공상태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지 못한다. 즉, 현실적 조건과 한계 속에서 무엇인가를 창조한다  필자는 그것을 기회라고 생각한다. 모든 탁월한 업적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기회를 만나야 한다. 또한 탁월한 인물들은 기회를 활용한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라는 말은 이것을 달리 비유한 말이다. 

 만일에 간디가 비폭력 저항운동에 대한 다양한 지지를 획득하지 못했다면, 영국의 식민지배 종식에 대해 다른 나라 지도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면 평화로운 세계라는 그의 꿈은 지연되었을 것이다. 간디는 모든 국가가 자유롭게 자신의 운명을 선택할 수 있다는 민족자결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시대를 잘 활용했다. 탁월함은 언제나 그것이 드러나도록 돕는 기회와 조우해야 하는 것이다.

 때로 기회는 행운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전혀 인과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건이나 인물이 도움을 주기도 하는 우연적 상황 말이다. 이 세상에 우연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기회는 막연한 기다림이 아니라 기회를 초대하고 촉구하는 적극적 행동에서 더 자주 방문한다는 것이 옳다. 탁월한 인물들은 기회를 발견하고, 그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 점에서 탁월한 인물들은 현실주의자들이다. 이상주의적 현실주의자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이처럼 인간의 성취는 가치-강점-영향력 + 기회의 함수이다. 최소한 이 요소가 다 필요하다. 이 요소들을 묶는 공통분모는 사람이다. 결국 탁월함의 본질과 탁월한 업적의 본질은 사람이다. 탁월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인간을 보다 높은 존재로 만들고, 인간의 삶을 보다 좋게 만드는 것이다. 

 이 요소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어떠한 상황에서 조우하고 다채롭게 변화를 만들게 되는 것인가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다만, 자신이 누구인가를 이해하고, 자신의 시대가 제기하는 과제를 분별하고,  행동을 통해 변화를 만들고, 기회가 선물하는 모멘텀을 활용하면서 탁월한 업적을 쌓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탁월함에 대한 연구는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는 또 다른 방식인 것이다. 

앞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삶과 성취에 담긴 탁월함을 이 모델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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