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함은 탁월한 성취를 만드는 것이고, 지식은 탁월함을 얻는 원천이다. 그렇다면 어떤 지식을 말하는 것일까? 지식을 습득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식을 잘 구분해야 한다. 앞 글(탁월함과 지식(1))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지식 구분을 설명했는데, 아리스토텔레스의 구분은 지식에 대한 전체상으로서는 의미가 있지만, 현대사회를 사는 지식근로자가 필요로 하는 탁월함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다른 구분이 필요하다. 즉, 지식근로자가 지향하는 탁월함을 얻는다는 관점에서 이들이 배우고 훈련할 수 있도록 특정될 필요가 있다. 지식근로자의 탁월함은 완벽한 인간이나 최고의 수양은 아닐 것이다. 지식근로자가 필요로 하는 탁월함은 전문가로서 또는 조직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탁월하게 수행하고 계속 성장하는 것에 있다. 이 관점에서 지식을 구분해 본다.
<지식 구분> 문정엽, 2021
필드 지식: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을 말한다. 특정 분야가 무엇을 다루는 지를 알고, 무엇을 위해 필요한 가를 아는 것. 다리를 건설하거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인간 마음의 고통을 상담하는 데 필요한 지식 등
프로세스 지식: 과정과 변화에 대한 지식. 어떤 상태를 보다 좋은 상태로 변화시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며, 어떤 조건이 있어야 하며,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지식. 사물, 인간, 상태와 변화 과정에 대한 지식. 고객을 설득해서 계약을 체결하거나, 팀장으로서 동료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수행하거나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지역사회, 이해관계자와 협상하는데 필요한 지식 등.
역량 지식: 행동을 탁월하게 수행하는 데 요구되는 지식. 판단력, 결정력, 소통력 등. 무엇이 가장 바람직한가를 알고, 그것을 위해 결정하고 행위를 하는 데 요구되는 지식. 중대형 컴퓨터가 지배하는 시장에서 PC(개인형 컴퓨터)를 제작하기 위해 기업을 설립하거나, 영업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도 막대한 자금을 물류센터에 계속 투자 결정하거나, 12척의 배로 수백 척의 일본군과 싸우기 위해 유리한 지역을 선택하고 전투를 결정하고 전투를 결행하는 지식 등.
지식근로자는 지식을 활용해서 자율적으로 일하는 사람이다. 지식근로자는 지식을 활용해서 판단하고, 일의 방향과 목표를 정하고, 수행 과정에서 스스로 의사결정한다. 즉, 지식근로자는 주어진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올바른 일을 수행하는 사람이다. 필자의 지식 구분은 '지식근로자로서 일을 탁월하게 수행하고 탁월한 결과를 창출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란 무엇일까?'라는 관점에서 지식을 구분한 것이다.
탁월함을 얻으려면 자신이 일하는 분야를 잘 알고 있어야 하며 이 앎이 필드지식이다. 또한 문제가 있거나 평범한 상태에서 좋은 상태로 가기 위해 필요한 과정과 인간 행동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프로세스 지식이다. 그리고 변화를 의도적으로 일으키며, 변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 위기,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 이것이 역량지식이다. 역량 지식은 변화 과정 속에서 올바른 판단과 결정, 결정을 실행하는 의지. 현명한 행동이 결합된 지식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프로네시스(실천적지혜)와 유사하다. 그렇다면 이 3가지 지식은 어떻게 탁월함을 이끄는 것일까? 연극무대의 배우를 생각해 보자. 배우는 사전에 정해진 대본에 따라 연기를 하지만, 탁월한 배우는 자신이 출연하는 작품이 어떤 것인지를, 동료 배우와 어떻게 호흡하며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를, 작품 전체가 어떻게 흘러가는 지를 이해하면서 자신의 연기를 한다. 하고 싶은 연기가 아니라 필요한 연기를 한다. 그 결과로 위대한 연기를 하고 위대한 작품을 만든다.
탁월함을 성취하려면 세 가지 지식이 모두 필요하다. 필드지식과 프로세스지식은 행동과 무관한 지식이다. 반면, 역량지식은 행동에 연관된 지식이다. 필드지식과 프로세스지식은 대체로 형식지로서 학교나 전문기관에서 배울 수 있다. 반면에 역량지식은 암묵지에 가깝다. 왜냐하면 행동은 언제나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투신(projection)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량지식은 경험을 통한 검토와 반성을 통해 얻어진다. 이 점에서 역량지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앎이 곧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역량 지식은 앎에서 행동으로 이어지는 판단, 행동 결정, 그리고 행동을 계속 수정하면서 학습하고 새로운 행동을 이끌어 나가는 지식이다. 역량지식이 불충분하다면 어떠한 성취도 이뤄질 수 없다.
지식은 탁월함의 원천이다. 필드지식, 프로세스지식, 역량지식은 지식근로자가 탁월함을 얻는 바탕이다. 이런 지식을 갖출 때 탁월함의 또 다른 원천인 습관과 함께 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탁월함을 얻을 수 있다. 나는 내가 일하는 분야에 대해 얼마나 넓고 깊은 지식을 갖고 있는가? 보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 변화 과정에서 제대로 판단하고, 예상하거나 예상하지 못하는 장애를 극복하면서, 계속 배우고 성취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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