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범위를 파악하라
우리의 사업은 무엇인가? 무엇이 될 것인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What our business is, will be, and should be?
(피터 드러커)
경영의 범위란?
경영의 범위라는 주제는 다소 생소할 것이다. 경영자가 의사결정을 내릴 때 고려해야 하는 정보와 지식의 범위를 뜻한다. 다른 말로 하면 경영자의 시야에 관한 것을 말한다.
경영자가 의사결정을 할 때 어느 정도로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하는가? 왜 이것이 중요할까?
•오늘날의 AMAZON을 만든 제프 베조스는 1994년의 어느 시점에 헤지 편드 부사장에서 벤처기업 창업자로 변신했다. 그는 인터넷이라고 하는 새로운 경제의 도래를 예견했으며, 당장 인터넷 사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급박한 기회가 오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알리바바의 마윈은 영어 교사에서 인터넷 전자상거래 기업을 개척한 경영자로 변신했다. 18명의 동업자와 5천만원으로 창업을 결심하고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제프 베조스와 다르지 않다.한국 유통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으며 현재도 이 변화는 진행되고 있다. 유통경로의 관점에서 변화를 생각해 보자.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오프라인을 넘어섰으며, 온라인내부에서도 모바일쇼핑을 통한 거래액은 이미 인터넷을 통한 거래액을 넘어섰다.
•불과 십여 년 전까지 필자가 사는 1기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서는 동네 슈퍼마켓이 92년 건축시점부터 그런대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슈퍼마켓은 수 년 전에 대형 편의점으로 변했으며 그 뒤로는 매우 잘 운영되고 있다. 슈퍼마켓의 침체는 오래 전부터 예측할 수 있었던 사안이다. 아파트 단지가 있는 앞 대로에 홈 플러스, 롯데마트가 등장하면서 대형유통센터간에 경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작은 가게에도 유통환경의 변화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슈퍼마켓 사장이 의식을 하든 안 하든 이미 환경변화는 글로벌을 무대로 벌어진다.
이 사례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경영의 범위에 대한 사고는 실제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범위에 따른 경계를 기준으로 경영자는 사업의 범위를 생각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경영의 범위에 대해 객관적으로 따져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범위는 선험적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환경 변화에 따라, 경영자의 비전에 따라 그 범위는 정해지고 변한다.
피터 드러커는 경영 범위에 대한 경영자의 무지와 오해를 지적하고, 범위에 대한 경영자의 올바른 이해를 조언했다.
경영의 범위에 대한 오해
다음 명제들은 대표적인 오해들이다. 많은 경영자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첫 번째 오해: 자본이 범위를 규정한다.
기업은 자본을 원천으로 사업을 한다. 자연히 자본의 힘(주주의 권한)이 미치는 범위를 경영의 범위로 생각하는 것은 일견 자연스럽다. 경영이란 자원과 활동을 결합해서 특정한 결과를 얻는 것이다. 그런데 결과를 얻으려면 경영은 자신의 권한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서도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즉, 기업은 자신의 권한이 절대적으로 미치지 않는 범위-구매자, 공급자, 서비스 파트너, 지역사회 등-에서 기업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이들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따라서 경영자는 이러한 범위에 기업이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두 번째 오해: 경영의 범위는 국경에 제약을 받는다.
이 오해는 다소 심각하다. 앞 사례에서 살펴본 것처럼 특정 지역에서만 기업이 사업활동을 한다고 해도 그 활동은 필연적으로 지역을 넘어서 있는 외부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시장이 통합되고 있으며 정보 확산이 국경을 넘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통합 이전에는 지리적 범위가 어느 정도 존재했었다. 특정 지역에서 기업이 자리를 확보하고 관계를 맺으면서(고객, 공급업체 등), 오랜 기간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정부 정책도 국민경제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작용했고, 시장을 보호하는 여러 정책들이 기업을 보호했다. 이제 이러한 보호정책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또한 인터넷과 통신기술의 발전 등으로 고객, 투자자, 공급업체 등 기업이 관계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은 자유롭게 연결하고 관계를 맺는다. 경영의 범위는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당신이 참여하는 산업과 기업은 어떠한가? 경영자로서 당신이 고려하는 시장, 산업, 기술의 변화는 특정한 지역이나 국가에 국한되어 있는가? 아니면 전 세계를 고려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가?
세 번째 오해: 조직 내부 문제처리가 경영자의 일이다.
이 오해는 경영자의 활동과 연관된 뿌리 깊은 오해다. 조직 내부를 보면 경영자는 내부 일에 많은 시간을 사용한다. 회의, 면담 등으로 경영자의 시간표는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경영자는 내부 사안 처리를 자신이 해야 하는 일로 착각한다. 조직 내에는 끊임없이 문제가 생기고 권한을 가진 경영자가 결정할 것은 많다. 그러나 드러커는 “조직 내부에는 오직 비용만 있다”라고 말하면서 이러한 경영자의 착각을 경고했다. 경영자가 아무리 탁월하게 일한다고 해도 조직 내부에는 어떠한 결과도 없다.
참신한 경영이론을 제시하는 것으로 유명한 헨리 민츠버그는 1973년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에서 조직 내부에 파묻힌 경영자의 일상을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했다.
<관리자의 직무 THE MANAGER’S JOB> HBR: 헨리 민츠버그(HENRY MINTZBERG) MIT 슬로안 경영대학원 박사 논문, 5명의 리더를 추적한 경험: 비영리병원, 학교 시스템, 컨설팅회사, 시계왕, 방위산업체 CEO 등 5명을 5주 동안 관찰함.
•결론: 모두가 똑같은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회의 참석), 수행하는 일의 절반은 9분을 넘기지 못하고, 1시간 이상 걸린 일은 10퍼센트에 불과했다. 가장 오랫동안 일한 경우는 1시간짜리 회의였다. 대부분은 급한 불을 끄거나 토론을 중재하는 일이었다. 동료들과 만나 대화하는 경우 90퍼센트 이상은 즉흥적인 것이었다. CEO의 일상 활동은 1세기 전 CEO들과 다르지 않았고, 대부분의 정보는 대화를 통해 얻었다.
•CEO의 일은 회의로 이루어져 있다. 100년 전과 다르지 않다. 회의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비전을 전달한다.
•CEO는 연성 정보(수치, 정량 데이터로 파악되기 어려운 정보: 조직분위기, 갈등, 종업원 사기, 고객불만 등)를 얻기 위해서 회의를 필요로 한다. 정보통신기술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로 이런 정보를 대체할 수 없다.
•CEO의 결정을 직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기도 어렵다. 메시지 혼선과 왜곡이 불가피.
기업과 경영자에게 의미 있는 것은 오직 조직의 외부다. 외부에서 기업(경영자)은 고객을 만나고, 고객과 소통하고,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도록 활동한다. 또한 고객은 기업 내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기업이 얼마나 거대한지, 얼마나 상품을 많이 판매하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기업에서 일하는가는 고객에게는 전혀 알고 싶지 않은 사안이다.
경영자가 경영을 생각하는 세계는 내부가 아니라 외부여야 한다. 내부는 외부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세계일 뿐이다.
이제 경영의 범위에 대한 올바른 사고를 따져 보자.
경영의 범위에 대한 올바른 입장
경영의 범위에 대한 가장 올바른 생각은 다음 두 가지이다.
경영의 범위는 조직의 외부에서 정한다
경영의 목표는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올바른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즉, 경영은 목표 수립-실행- 결과- 피드백과 개선의 사이클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각 단계에서 활동이 제대로 되고 있는가는 효과성, 즉 목표 달성 여부에 달려 있다. 목표가 달성되고 있다는 것은 어디에서 확인될까? 그 무대는 조직 외부에 있다.
어디까지를 외부로 볼 것인가는 기업이 참여하는 산업과 사업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상품이 유통되는 영역, 고객이 있는 영역, 자원을 조달하는 영역은 가장 중요한 외부이다. 상품이 만들어져서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영역은 일차로 중요한 외부다. 상품의 가치가 정해지고, 상품의 성과가 정해지는 영역이다. 이 영역에서 기업은 얼마나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가?
두 번째 고객이 있는 영역은 기업이 고객과 만나고, 고객과 소통하는 영역이다. 기업은 일차적으로 직접 기업의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만을 생각하는데, 고객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되는 영역이다. 고객의 고객도 있으며, 경쟁자의 고객도 있다. 고객들에게 기업은 어떻게 이해되고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탁월한 경영학자인 드러커는 '비고객'을 주목하고 조언했는데, 비고객이란 아직 기업의 고객이 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즉, 비고객은 상품이 제공하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다른 상품으로 해결하는 사람이다. 왜 비고객은 기업의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가? 비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상품은 어떤 것인가?
마지막으로 자원을 조달하는 영역도 중요하다. 효과적이고 생산적인 자원조달은 기업의 성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금전자원, 생산자원, 그리고 인적자원이 있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미국 시티은행(CITI Bank)는 미국 은행 최초로 여성 대졸자를 직원으로 채용했다. 사업확장에 대한 대응에 따른 것이었지만 은행 직원은 대졸 남성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여성을 인재파이프라인으로 받아 들인 결과다. 이후 시티은행의 성장은 이 정책에 큰 힘을 얻었다고 평가 받았다. 자원조달을 위해 고려해야 할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보다 효과적인 자원은 어디에 있는가?
경영자는 경영의 범위를 올바로 인식해야 한다. 경영자의 시야가 경영자가 고려하고 결정하는 경계를 정한다.
경영의 범위는 달라지고, 달라져야 한다.
경영의 범위는 고정되지 않는다. 범위는 달라져야 한다. 이것이 두 번째 올바른 생각이다. 먼저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경영의 범위는 넓어진다. 지방에서 국가로, 국가에서 세계로. 좁은 고객군에서 넓은 고객군으로. 일차조달자원에서 2차조달자원으로, 그리고 새로운 자원으로.
그런데 신경제가 이끄는 현재의 발전 추세는 점점 더 경영의 범위를 확장으로 추동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상품 거래, 다국적 근로자 또는 외국인 경영진, 새로운 투자자를 생각해 보라.
범위 확장은 경쟁무대를 넓히게 되고 기업에게는 보다 높거나 다른 역량을 요구한다. 이것은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새로운 도전을 야기하며 현재의 방식이나 역량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를 기업에게 부과하게 된다. 더불어 경영자가 생각하는 사업의 성격을 바꿀 수도 있다. 20세기 내내 미국 IBM은 컴퓨터를 중심으로 하는 정보통신기업이었다. 21세기에 IBM은 솔루션기업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경영의 범위는 늘 변할 수 밖에 없으며, 범위에 따른 기업의 변화, 경영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있다.
신경학에 따르면 망막은 눈이 아니라 뇌에 속하는 부분이다. 또한 뇌가 처리하는 정보의 70%는 시각정보다. 이처럼 무엇을 보는가(정확하게는 무엇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는 유기체에기는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기업도 하나의 유기체다. 바로 경영자의 시야가 경영자의 결정과 행동의 큰 틀을 정하고 결국 생존과 성장의 경로를 정하는 것이다. 경영자는 자신이 바라보는 경영의 범위를 제대로 인식해야 하고, 이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히도록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지속적인 성장과 존속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라면 이것은 조직이 추구하는 본질적 과업이고 경영자의 책임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경영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늘 그것을 점검하고 넓히도록 항상 노력해야 한다.
<Action Point>
- 경영자로서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어디에 사용하고 있는가? 내가 그 시간 동안에 생산하는 가치는 어느 정도인가?
- 기업 전체가 생각하는 경영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지역-산업-기술-자원의 측면에서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범위와 영향을 받는 범위를 구분해 보자.
-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경영의 범위를 넓히고,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갖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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